가짜 뉴스, 그들과 우리는 다르다.
유럽의 가짜뉴스 규제는 배경이 달라
한국에선 해외사업자 규제 준수가 가짜뉴스 감소의 관건
KISO는 왜 홍숙영 교수를 찾아갔나?
국내에서 가짜 뉴스 규제와 관련된 논쟁은 다소 누그러졌지만, 관련된 언론 보도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프랑스 의회에서 가짜 뉴스를 규제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가짜 뉴스 규제에 대한 해외 동향 파악 또한 필요한 실정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KISO의 눈에서는 NetzDG 및 국내외 가짜 뉴스 동향과 관련하여 미디어 전문가 인터뷰 기고를 다룬다.
KISO의 눈 가짜 뉴스 특집, “국내 및 NetzDG 등 국외 가짜 뉴스 동향 전문가 인터뷰”는 홍숙영 교수(한세대학교 미디어광고학과)와 이루어졌다. 11월 29일 겨울의 초입, 경기도 군포시에 자리한 한세대학교 교정에는 기말고사 준비로 분주한 학생들의 발걸음이 보였다. 본관 홍숙영 교수의 연구실에 들어서자, 회의용 탁자 위에 알록달록한 캔디류와 초콜릿이 눈에 띄었다. 홍숙영 교수는 강단에서 언론학과 미디어글쓰기를 주로 가르친다며, 관련 주제가 주요 연구 주제는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프랑스 파리2대학에서 유학 경험 등, 유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가짜뉴스 문제에 큰 관심을 가져왔으며 현재 가짜 뉴스 담론에 대해 전문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KISO: 안녕하세요 교수님. 최근 가짜 뉴스와 관련 연구로 많이 분주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 귀한 시간 내주시고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먼저, 최근 프랑스 의회에서 통과된 가짜 뉴스 규제 법안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홍숙영 교수: 네, 최근 프랑스에서 통과된 가짜 뉴스 관련 법률은 사실, 가짜 뉴스를 직접 규제하는 법안이라기보다는 국내와 비교하자면 오히려 선거법에 해당합니다.
입법 배경을 간단히 살펴보면, 마크롱(Emmanuel Jean-Michel Frédéric Macron)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가짜 뉴스와 관련된 입법안 주장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마크롱 대통령 본인이 선거 기간 동안 가짜 뉴스로 인하여 너무 많은 공격을 당하고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의 주도로 지난 11월 21일 프랑스 의회에서 법안이 통과된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제 헌법위원회의 법안 심사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의회에서의 입법 과정을 살펴보면 사실 상원에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여 하원에 의해 최종 표결하여 통과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법안의 핵심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선거 기간 3개월 동안 허위 정보에 대한 판단을 법원에 청구하고 법원은 24시간 이내에 판단을 해야 하며 그 결과 허위 정보라고 판단하여 법원이 명령한 경우, 인터넷 사업자가 해당 게재를 중지시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매일 상당한 벌금도 물리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해당 법안의 이름은 “허위정보에 대한 투쟁”이라고 되어 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선거 관련된 규제책입니다. 프랑스의 경우 선거 기간 3개월 동안만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점도 특징입니다.
“유럽연합의 차원에서 보자면, 표현의 자유와 정보의 적절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KISO: 프랑스 법안에 대한 간략한 소개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프랑스를 제외하고 세계적으로도 가짜 뉴스와 관련한 입법, 정부 개입 등의 공적 규제가 대세라고 볼 수 있을까요?
홍숙영 교수: 유럽을 중심으로 말씀드리지만, 최근에 유럽연합집행위원회에서 가짜 뉴스와 관련해서 의미 있는 조치를 제안했는데요. 온라인 플랫폼과 건설적인 대화를 주도하고 팩트체커(Fact Checker)와 협력하며 미디어 교육을 증진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가짜 뉴스 규제에 대하여 점진적 접근법을 제안했습니다. 먼저, 자율규제를 우선으로 하되, 필요할 경우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규제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자율규제에 대해서 지침을 명확하게 만들고 자율규제기구에 대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검열을 가져올 우려가 있는 명령이나 통제와 같은 규제 방식은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온라인 뉴스의 발전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온라인 중재자, 기술회사, 서버보안 전문가와 함께 AI 시스템을 연구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럽연합의 차원에서 보자면, 표현의 자유와 정보의 적절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정보 전달자가 인터넷 이용자에게 책임감 있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하고 또한 동시에 다양한 콘텐츠를 노출 시켜서 다원주의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포털 사이트를 이용하다보면 제일 많이 찾는 것이 늘 우선적으로 노출됩니다. 그러다보니 우리가 접하는 정보는 획일적인 경향을 띄게 되는 거죠. 따라서 다양한 정보를 노출 시키고 검색 순위가 높은 콘텐츠가 아니더라도 의미 있는 콘텐츠를 노출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유럽연합은 다원주의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함께 미디어 활용 기술과 미디어를 해석하는 능력인 리터러시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업자에 불과한 SNS 사업자에게 불법성을 판단하도록 하고 이를 처리할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습니다.”
KISO: 프랑스와 유럽의 대응에 대해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직접적으로 가짜 뉴스 규제 법안이라 불리고 있는 NetzDG의 입법 배경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리겠습니다.
홍숙영 교수: NetzDG는 2015년 당시 독일 연방 법무소비자부장관인 하이코 마스(Haiko Maas)에 의해서 발의가 되었습니다. 당시 독일에서는 인터넷상에 유통되는 일정한 범죄 내용이 담겨있는 게시물을 통제할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국가가 직접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인터넷 사업자에게 책임과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NetzDG가 발의된 배경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습니다. 먼저, 소셜미디어가 활발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종, 성별, 종교 등 차이와 관련한 차별적 표현이 극심해졌습니다. 그리고 혐오, 언어 폭력적 내용이 담긴 게시물이 인터넷에 빈번히 나타나게 되었고 이것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또한 2016년 제45대 미국 대선과 2015년 독일 연방의회 선거가 맞물리면서 정치적 입장, 혐오와 의견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혐오와 차별적 내용을 담은 게시물이 더욱 많이 유통될수록 사람들에게 확증편향을 심화시키고 개인의 명예훼손이라든지, 사생활침해 또한 함께 유발할 수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직접 나서서 혐오 표현을 직접 규제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는데요. 특히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페이스북(Facebook)과 같은 해외 소셜네트워크 사업자(이하 SNS 사업자)의 경우 독일 국내법으로 규제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독일은 NetzDG를 통해 해외 사업자를 포함한 SNS 사업자에게 자율규제기관으로서의 권한을 부여하고 적절한 절차에 따라 NetzDG를 운영하도록 하였습니다.
NetzDG의 입법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었습니다. 먼저, 기업에 불과한 SNS사업자에게 불법성을 판단하게 하고 이를 처리할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또 독일의 기존 법률에서 SNS 사업자에게 테러 위협이나 범죄 혐의가 있는 게시물에 대한 자료를 제출할 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NetzDG 제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반대로 NetzDG에 대한 찬성 의견도 있었습니다.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든지 인종, 종교, 성별에 대한 혐오, 차별 등의 내용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해야할 영역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여러 논란 때문에 NetzDG 제정 시 법이 적용될 범위 또한 명확히 정하였습니다. NetzDG상의 불법콘텐츠는 독일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21개의 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게시물”로 그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했는데요. 판례와 해석례가 충분히 축적된 형법을 바탕으로 불법콘텐츠를 규정한 것이기 때문에 SNS 사업자에게 혼란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입법자들의 주장이었습니다.
KISO: 그렇군요. 독일 내에서도 NetzDG에 관한 찬성 의견, 반대 의견이 많이 엇갈렸나 봅니다. 더불어 NetzDG에 규정된 처리 절차에 대해서도 간략히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홍숙영 교수: NetzDG에 관한 나머지 내용을 부분적으로 간략히 살펴보면 인터넷 이용자가 위법한 게시물이라고 해당 SNS 사업자에게 신고를 하게 되면 사업자는 24시간 내에 신고한 내용에 대한 프로세스를 진행하게 됩니다. 다만 SNS 사업자의 범위에는 사실 보도를 제공하는 언론사, 200만 명 미만의 등록자를 가진 SNS 사업자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또한 SNS 사업자는 반기별로 관할 관청에 신고 건에 대한 리포트를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존재하고 있는 국내외 인터넷 사업자 간의 역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은 외국 SNS 사업자라 하더라도 독일 국내에 200만 명 이상의 등록자를 보유했을 경우 송달 대리인이나 수령 위탁자를 지정할 의무를 부과해서 국내 사업자와의 불평등을 해소하려 하고 있습니다.
KISO: 국내 언론 보도를 살펴보자면, NetzDG의 적용을 받는 SNS 사업자가 신고된 게시물에 대하여 24시간 내 삭제 등의 처리를 하지 않으면, 천문학적인 벌금을 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신고된 모든 게시물을 지워야 한다는 것인가요?
홍숙영 교수: NetzDG에 의해 SNS 사업자가 신고된 모든 글을 지워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닙니다. 법에서 일정한 조건의 프로세스를 설립하여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신고 접수 및 이에 대한 구체적인 진행 프로세스는 SNS 사업자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KISO: 현재, NetzDG가 시행중인 상황에서 독일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논란이나 이슈에 대해 설명해주시겠습니까?
홍숙영 교수: NetzDG의 경우 여러 찬반 논란이 있었고 최근에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먼저 이 법의 미흡한 점이라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 사전 검열에 대한 우려, 또 합법 콘텐츠까지 차단할 수 있다는 우려, 모든 위법 콘텐츠를 다 걸러 낼 수 없다는 문제점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보면, 법 시행 이후 유튜브(Youtube)는 2018년 상반기 동안 이용자로부터 21만 5천 개를 신고를 받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신고된 모든 콘텐츠가 다 삭제가 된 것은 아니고요. 법률 규정을 준수하여 내부 절차에 따라 게시물에 대한 판단을 진행한 결과, 신고 건 가운데 27%에 해당하는 5만 8천 개 정도의 게시물이 불법성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삭제 등의 조치를 했습니다. 페이스북(Facebook)은 이 기간 동안 1704건의 신고를 받았고 362건에 대해 삭제 등의 조치를 했습니다. 두 업체 간의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신고 절차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페이스북의 경우 신고 절차가 까다로워 신고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인터넷과 관련해서 활동하는 국제적인 단체인 ‘대극단주의프로젝트(Counter Extremism Project)’라는 비정부 단체(NGO)가 최근 리포트를 발표했습니다.(https://www.counterextremism.com/sites/default/files/CEP-CEPS%20NetzDG%20Report_112218.pdf) 그 결과를 보면 지금까지 이 NetzDG 법률로 인한 큰 문제가 발생하거나 발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3분기 동안 SNS 사업자에게 부과된 벌금은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한편 해당 단체는 SNS 사업자들이 신고 절차라든지 신고 방식을 SNS 기업들 간에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구장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테러리스트 콘텐츠(Terrorist Content)와 테러리스트들의 유해한 선전 내용을 집중적으로 제거할 수 있도록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고 특히, 재 업로드 되는 걸 막아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불법성에 대하여 논쟁이 되고 있는 콘텐츠에 대해 공개 토론을 벌이는 방식 등으로 공론장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NetzDG가 이런 부분을 반영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회에서 사람을 만날 때 좋아하는 사람만 만날 수는 없잖아요?
저는 인터넷상에서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KISO: 유럽연합의 동향을 통해서 정보의 다원주의를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렇다면 확증편향이나 획일화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사실 가짜 뉴스의 생성이나, 유통도 결국에는 이러한 확증편향이나, 사고의 획일화에 따라 더 심화되는 성격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SNS 플랫폼에서 맞춤형 서비스가 현대 사회에 어떠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보시나요?
홍숙영 교수: 자신이 선호하는 것만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는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자신의 성향에 맞는 정보만 접하는 사람은 편협한 사고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사회에서 사람을 만날 때 좋아하는 사람만 만날 수는 없잖아요? 나와 의견이 똑같은 사람만 상대하면서 살 수는 없습니다. 저는 인터넷 상에서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상에서도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생각의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가짜 뉴스, 허위정보와 관련해서 누구나 소신대로 자신의 관점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나의 의견이 만약 확실하지 않다면 직접적인 논쟁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의 논쟁을 지켜본다든지 등의 방법을 통해 나의 의견이 수정될 수 있고 그렇게 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많은 사람의 사고의 틀이 획일적이고 굳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사고 자체가 말랑말랑하지 않고 굉장히 딱딱하게 굳어져 있어요. 그러니까 유연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사회 자체가 더욱더 양극화가 되고 양극화가 되다 보니 더 혐오하게 되고 뭔가 더 통합을 이루거나 합의를 이루는 게 더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특히 ‘소셜 미디어 시대’로 오면서 AI나 알고리즘에 의해서 결정되고 관심 있는 정보만 찾게 되는 등 인터넷 버블에 갇혀서 살아가고 있잖아요. 이런 것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다원주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먼저 기술적으로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이 고안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KISO: 정보를 다양하게 섭취하고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타인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댓글” 기능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데요. 그런데 일각에서는 정보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댓글 기능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홍숙영 교수: 댓글이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나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담은 댓글을 읽는 것도 재밌잖아요. 나와 다른 의견을 만나면, “이 사람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댓글을 통해 어떤 왜곡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사실 온라인에서 뿐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정보의 왜곡이 빈번하게 일어나며, 메시지 작성자의 의도대로 정보가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여성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기 위해서 텔레비전에 나와서 토론을 하는데, 그 사람의 정치적 견해나 정책을 보는 게 아니라, 외모나 패션을 지적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본래 메시지와 상관없는 부수적인 일도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이처럼 정보의 왜곡이라는 것은 꼭 인터넷상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것이죠. 정보의 왜곡이라는 부작용 때문에 댓글 기능을 폐쇄한다면 사상과 의견의 자유시장을 보장하는 인터넷의 순기능을 차단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됩니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모니터링 의무, 삭제 의무를 부과할 경우에는 사적 검열을 강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검열해서는 안 된다는 것 입니다.”
KISO: 다양한 논의를 소개해주셔 감사드립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도 가짜 뉴스를 제재하기 위해 다양한 법안들이 상정되어 있는데요. 교수님 기억에 남으시는 인상적인 법안이 있으신가요? 그리고 국내 규제 법안들에 대한 견해가 궁금합니다.
홍숙영 교수: 가짜 뉴스와 관련된 새로운 법안, 기존 법률 개정안이 대략 30개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먼저 이 법안들은 가짜 뉴스의 개념과 관련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최근에 더불어민주당은 가짜 뉴스라는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 ‘허위정보’라는 개념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허위정보라는 개념을 사용했을 때, 이는 직접적으로 가짜 뉴스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언론 보도의 경우, 특히 허위정보를 규제하는 법률이 적용될 수 없는데, 언론과 관련해서는 언론중재법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혹여 언론의 보도가 가짜 뉴스로서 잘못된 보도라고 하더라도, 정정 보도를 하거나 반론을 게재하거나,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선거법도 존재하여 이를 통한 제재도 가능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정보통신망법에 의해서도 규제가 될 수 있는데요. 댓글이나 게시물의 내용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개인의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이 발생하면 임시조치를 해서 해당 게시물의 게재를 중단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임시조치와 관련하여 첨언하자면 2012년에서 2017년 동안, 네이버가 164만 3528건, 카카오가 44만 2330건을 임시조치 했다고 합니다. 굉장히 많은 건수죠. 이미 기존 법률을 통해서도 게시물에 대한 규제가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허위 정보로 개념을 변경 한다 하여도 결국 이것은 표현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연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기 위한 원칙들이 있는데, 그중에 중요한 것이 사전검열금지와 과잉금지원칙 등입니다. 법률전문가들은 가짜 뉴스와 관련된 개정안들이 이러한 원칙에 일부 위반된다는 지적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법안의 경우 “정치적 또는 경제적 이익을 위하여”라는 표현을 가짜 뉴스와 연관 지어 규정하고 있는데, “정치적, 경제적 이익”의 의미와 범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도대체 무엇이 정치적 이익이고 경제적 이익인지 따지고 들어가면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모니터링 의무, 삭제 의무를 부과할 경우에는 사적 검열을 강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사실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검열해서는 안 된다는 것 입니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모니터링 의무를 지우고 게시물을 사전검열하게 하여 차단하도록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습니다.
“독일이나 프랑스가 가짜 뉴스를 규제하는 법안을 입법했다고 하여 우리도 입법에 나서자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가짜뉴스를 규율하는 법제가 갖추어져 있습니다.”
KISO: 가짜 뉴스와 관련된 유럽의 규제 방향, 독일이나 프랑스의 규제 동향이 국내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홍숙영 교수: 해외에서의 가짜 뉴스와 우리나라의 가짜 뉴스는 발생하는 맥락이 다릅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가짜 뉴스의 경우 대부분이 국내 문제와 관련된 것이에요. 국내 정치, 사상의 양극화로 인해서 발생하는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성적 혐오, 소수자에 대한 혐오, 정치적인 문제, 차별의 문제가 연관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외국의 가짜 뉴스를 보면 그 발생하는 맥락이 국내의 문제도 많이 포함되어 있지만, 국외에서 유입되어 발생하는 문제가 많습니다.
즉, 유럽 국가들의 경우 가짜 뉴스가 국외 문제와 연관된 것이 많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테러와 관련된 가짜 뉴스는 국내 문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유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다음에 외교 문제에 대해서도 가짜 뉴스도 많습니다. 러시아의 스푸트니크(Sputnik)나 러시아 투데이(Russia Today) 같은 경우, 돈을 받고 허위 정보를 생산해서 유통시켰다는 사실이 지금 밝혀지고 있습니다. 유럽 국가들도 그렇고 미국도 러시아의 언론이 생산하는 허위 정보의 대량 유통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어요. 우리와는 맥락이 다른 것입니다. 러시아가 개입돼 자국 내 정보 생태를 교란하는 문제가 있어요.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해외에서 국내 언론, 국내 여론을 교란하므로 가짜 뉴스 규제가 시급한 것입니다. 최근에는 가짜뉴스가 영국의 EU 탈퇴, 브렉시트(Brexit)와 미국 대선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와 맥락이 다릅니다. 따라서 독일이나 프랑스가 가짜 뉴스를 규제하는 법안을 입법했다고 하여 우리도 입법에 나서자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가짜뉴스를 규율하는 법제가 갖추어져 있습니다. 매우 강력한 선거법이 있고 언론중재법도 존재하며 인터넷에 유통되는 가짜 뉴스를 규제할 수 있는 정보통신망법도 있습니다. 특히 언론 보도와 관련해서는 언론중재법을 통해 가짜 뉴스에 대비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정보통신망법도 마찬가지입니다. 게시 글이 사실이더라도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다면 이를 삭제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는 이미 장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법률을 통해 직접적으로 가짜 뉴스를 규제하기 보다는 국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대해서 어떻게 국내법을 적용시킬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KISO: 그렇다면 가짜뉴스와 관련된 국외와 국내의 맥락이 다르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다면 끝으로 국내에 필요한 가짜뉴스 대책은 무엇일까요?
홍숙영 교수: 오히려 필요한 것은 국외 사업자에 대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 사업자들은 정보통신망법의 적용을 받지만, 국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 사업자들은 적용을 받지 않다 보니, 국외 사업자의 사이트를 통해 유통되는 정보에 대해서는 전혀 조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법률을 통해 직접적으로 가짜 뉴스를 규제하기보다는 국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대해서 어떻게 국내법을 적용시킬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결국 기존 법체계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그리고 국내외 사업자 간의 역차별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짜와 거짓 정보는 언제나 존재해 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진실로 믿었던 것들이 어느 순간 거짓으로 판명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따라서 유해하고 거짓된 정보들이 판치지 못하도록 양질의 정보의 유통을 장려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상과 의견의 다양성을 통한 다원주의를 보장하고 미디어교육을 적극적으로 시행해 정보의 해석과 판단 능력을 높이는 것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국내법을 적용받지 않는 국외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 사업자들을 어떻게 관리·감독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