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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국어사전 속 차별‧비하표현 주의하세요

작성자
kiso
작성일
2022-09-30 10:39
조회
3015
 

국어사전 속 차별비하표현 주의하세요

KISO, 한글날 맞아 30일 연구 보고서 발표

자문위 1만여개 표제어 검토네이버 카카오 동시 적용

국어사전 내 차별‧비하 표현을 어떻게 봐야 할까? 576돌 한글날을 맞아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이하 KISO, 의장 이인호)가 30일 KISO 대회의실에서 ‘포털 국어사전 내 차별·비하표현에 대한 보고서’ 발표 간담회를 열고, 차별‧비하표현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포털이 제공하는 국어사전 표제어에 대해 객관적 데이터를 토대로 차별‧비하 표현을 확인하고 평가하는 일련의 방법을 제공하고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에 앞서 KISO는 지난해 8월 언어 사용 환경의 변화 흐름에 맞춰 포털 회원사의 사전 서비스 내 차별‧비하적인 요소에 대한 이용자 보호를 위해 어학사전 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를 출범했다. 올해 초부터는 ‘차별표현 바로알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일부 표제어에 ‘차별 또는 비하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는 주의 문구를 표기하기 시작했다. 무심코 해당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상대방에게 불쾌감이나 굴욕감을 주지 않도록 생각을 환기시키기 위해서다.

자문위는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연구팀(팀장 김상민)의 도움을 받아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카카오가 제공하는 국어사전의 뜻풀이에 ‘낮잡아 이르는, 얕잡아 이르는’ 등이 담긴 표제어 1만여 개를 검토했다. 대상은 KISO ‘어학사전 이용자보호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람을 대상으로 하되, 현대 국어 생활에서 쓰이지 않는 단어는 중요도가 낮다고 보고 고빈도 단어만을 추출했다. 또한, 뜻풀이 검색 결과가 규범 표기로 안내되는 비표준어 등은 제외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총 690여개 단어를 최종 검토했다.

연구팀은 검토 대상 단어가 차별‧비하 표현으로 쓰이는지를 실제 사용 양상을 통해 살펴보기 위해 말뭉치에서의 쓰임을 확인했다.

아울러 빅데이터 자료에서의 긍정‧부정‧중립 비율 또한 확인했다. 최근 3개월 동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블로그, 뉴스 등에 나타난 해당 단어의 연어(連語, collocation) 관계의 긍‧부정 의미 분석 결과를 참고하였다.

집단이나 집단에 속한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표현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성격 또는 습성과 관련한 차별‧비하 표현이 25.6%로 가장 많았다. 능력‧직업 관련 차별‧비하 표현이 22.4%로 그 뒤를 이었고 △사회적 취약계층(10.9%) △외모‧차림새(9.1%) △인종‧출신지(6.5%) △성별(4.3%) △나이(4.2%) △성적대상(3.7%) △종교(1.1%) 순으로 나타났다.

성격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질이나 품성을 의미하며 습성은 습관이 되어버린 성질로 성격과는 달리 대상의 반복되는 행동과 관련이 있다. 성격과 관련된 표현들은 ‘게으름뱅이, 겁쟁이, 얌체’와 같이 성격을 나타내는 요소가 부정적이면 대부분 차별‧비하의 의미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았다. 반면, ‘꼼꼼쟁이, 새침데기, 공붓벌레’는 빅데이터 긍정 비율이 높고 실제 쓰임에서 부정적이지 않은 요소를 가지고 있어 차별‧비하 표현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꼼꼼’의 경우 빅데이터 약 500건 중 긍정 비율이 79.7%에 달하고, 부정 비율은 16%에 불과했다. ‘책벌레’ 역시 차별‧비하 예문이 6.67%로 매우 낮았다.

능력‧직업 분류에서 ‘딴따라’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집단을 비하하는 의미로 차별‧비하 예문 비율이 94.11%에 이르렀다. ‘장사꾼’의 경우 차별‧비하 예문 비율이 14.28%로 낮았으나 자문위는 ‘~꾼’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에 낮잡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부정적인 요소가 있다고 보고 차별‧비하 표현으로 분류했다. ‘월급쟁이’는 연구팀의 의견이 엇갈렸으나, 주로 스스로를 낮추는 표현으로 사용되고, ‘한 가지 일에 진득하게 종사’하는 긍정적인 가치와 연결되기도 해 차별‧비하 표현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외모에 대한 차별‧비하 표현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외모 역시 성별이나 인종처럼 선천적인 요소가 크며, 개인의 정체성과 연결돼 있으므로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연구팀은 ‘말라깽이, 드럼통, 멀대, 여드름쟁이’와 같은 표현을 차별‧비하 표현으로 판단했다. ‘드럼통(키가 작고 뚱뚱한)’은 예문의 양은 적으나 차별‧비하의 의미가 강하고 긍정적으로 사용될 여지가 적은 것으로 봤다. ‘여드름쟁이’는 자기 자신을 부르는 용례도 다수 검색됐으나 대상 외모의 특징(단점)을 부각한다는 점에서 타인을 대상으로 할 경우 비하적일 수 있다. ‘멀대’는 ‘키가 크다’는 속성뿐 아니라 ‘멍청하다, 야물지 못하다’는 속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므로 차별‧비하표현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연구팀은 ‘키다리, 털보, 장발족’은 긍정적인 요소가 더 많다고 판단했다. ‘키다리’의 경우 차별‧비하 예문의 비율이 27.27%로 상당히 낮고 빅데이터 자료에서도 긍정률이 76.3%로 상당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털보’ 역시 차별‧비하 예문의 비율이 14%에 그쳐 비차별 표현으로 분류했다.

지시 대상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표현’은 타인을 도구로 인식하는 시선이 담겨 있어 상당한 모욕감을 줄 수 있으므로 모두 차별‧비하 표현으로 판단됐다.

성별 관련은 특정 성별을 비하하거나 성 역할을 고정하는 표현으로 대부분 차별‧비하 표현으로 봤다. 여성을 아이 낳는 존재로만 인식하는 표현인 ‘돌계집, 석부’, 남성의 소유물로 인식하는 표현인 ‘부엌데기’ 등이 포함됐다. 이러한 표현들은 여성과 관련된 것으로 성별을 중립적으로 지시하는 표현인 ‘사내, 서방’은 모두 비차별 표현으로 분류된 것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사내’는 차별‧비하 예문의 비율이 10%로 낮고 <우리말샘>과 <표준국어대사전> 풀이에서는 ‘얕잡아 이르는 말’로 풀이하지 않고 있다. ‘서방(남편을 낮잡아 이르는 말)’도 차별‧비하 예문으로 쓰이는 비율이 0%였다.

나이 차별 유형에서는 ‘갓난쟁이’의 경우 빅데이터 분석에서 긍정성이 매우 높고 차별‧비하 예문의 비율이 0%로 차별‧비하 표현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황창근 자문위원장(홍익대 법학과 교수)은 “단순히 차별‧비하 표현 여부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 명확한 근거와 전문가적 시각을 더해 다양한 관점에서 일상생활 속 언어에 대해 고민한 결과물”이라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인식이 변화하므로 평가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일련의 연구 방법론과 객관적 데이터를 토대로 차별과 혐오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논의의 장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황 위원장은 “향후 보다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조사해서 표현의 자유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이용자들의 인식을 환기시켜 나가는 작업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국어사전 서비스에 바로 적용될 예정으로, 표제어 뜻풀이 하단에 ‘차별 또는 비하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이용에 주의 필요합니다’는 문구가 표시된다.

※ 문의: 박엘리 정책팀 정책팀장(ellee@kiso.or.kr, 02-563-6196)

*보고서 요약본 다운로드 : 국어사전 차별비하표현에 대한 평정 보고서

*보도자료 PDF 다운로드 : "국어사전 속 차별·비하표현 주의하세요"